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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고는 탕약망의 한역 서학서 『주제군징(主制群徵)』이 전래되고 수용된 양상을 검토하면서, 그 중에서도 한·중·일 3국 학자들의 관심이 집중된 인체론 「이인신향징(以人身向徵)」을 대상으로 삼았다. 이는 「이인신향징」에 실린 서양 의학을 동양에서 제대로 이해했는지를 살피려는 시도가 아니다. 그것이 어떻게 번역되었고 독자들은 어떠한 바탕 위에서 이해했는지를 검토하여, 전래와 수용의 맥락을 충실히 살펴보려 하였다. 이를 위하여 본고에서는 먼저 『주제군징』의 라틴어 저본과의 대조를 통해 책 전체의 구성과 「이인신향징」의 내용을 파악하고, 탕약망의 역술(譯述) 방식을 분석하여 저자와 역술자의 의도를 분명히 밝혔다. 탕약망도 의학의 전수가 아니라, 인체 구조와 생리 작용의 정교함이 모두 신의 존재와 능력에 대한 방증(傍證)임을 설득하려고 하였음을 드러냈다. 이어서 한·중·일의 학자들이 「이인신향징」을 인용한 부분을 대조하였다. 탕약망의 의도와 달리, 3국의 학자들은 공통적으로 신에 대한 언급은 배제하고, 인체론의 정보에 주목하였다. 그리고 개별적인 관심과 목적에 따라 새로운 정보를 인용하고 이해하였다. 이들 사이의 차이는 상당히 컸는데, 의학적 관심에서 인체의 골상에 대한 정보를 단순히 인용하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자신의 인간 이해의 중요한 착안점으로 활용한 경우도 있었고, 이미 알고 있던 서양의학에 비추어 비판한 경우도 있었다. 이처럼 수용의 양상이 다양한 데에는 3국 학자들의 배경 지식 및 관심, 그리고 역사적 조건이 작용하였다. 이를 통해 서학의 수용 양상을 검토하는 데 있어서, 수용된 텍스트의 내용만이 아니라 수용자를 둘러싼 맥락으로 연구의 초점이 조정될 필요가 있음을 보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