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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산일록』은 조선 후기 대표적 경화사족인 정원용(1783~1873)이 90여 년간 쓴 일기이다. 이 책에는 본인, 가족, 왕실, 백성이 두루 겪은 홍역·천연두·말라리아·콜레라·이질·돌림병 등 6종류의 감염병이 언급되어 있다. 감염병 기록은 68회 160건이고, 인물이 구체적으로 적시된 감염자는 연인원 53명, 사망자는 17명이다. 감염 대비 사망자와 사망자의 연령 등을 고려했을 때 콜레라, 천연두, 홍역 순으로 치명적이었다. 유사한 시기의 다른 기록과 비교해 보면, 『경산일록』보다 앞선 1775년부터 1787년까지 작성된 유만주의 『흠영』에는 두창과 홍진이 대표적 질병으로 기록되어 있다. 이에 반해 1899년 반포된 대한제국 법정전염병 규정에는 주요 질병으로 천연두, 장티푸스, 발진티푸스, 콜레라, 이질, 디프테리아가 소개되어 있다. 이를 통해 120여 년간 새로운 감염병의 출현과 쇠퇴 그리고 기존 질병의 세분화를 볼 수 있다. 이 글에서는 『경산일록』을 바탕으로 가계도와 연대별 감염기록을 분석하여 정원용 일가의 감염병 양상을 제시하였다. 그리고 의원과 약제 그리고 회피를 통해 19세기 사대부가의 감염병 대처를 진단해 보았다. 이상의 논의를 통해 비록 사대부라 할지라도 사람 간 접촉을 통해 감염되는 천연두, 홍역 등에는 자주 전염되는 반면, 생활환경에 영향을 받는 수인성 감염병인 콜레라에는 거의 감염되지 않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반면, 정원용 일가는 높은 사회적 지위와 경제력을 바탕으로 어떤 감염병을 앓던 당대 최고 수준의 의원의 진료와 최고급 약재를 즉시 사용할 수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감염 35명, 사망 9명이라는 적지 않은 희생을 치러야 했다. 추가 연구를 통해 조선후기의 대내외적 변화에 감염병이 어떤 기재가 되었는지 규명하고자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