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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상표법상 연합상표제도 폐지 전에는 취소심판이 청구된 당해 등록상표와 연합된 다른 등록상표 중 어느 하나라도 사용하였을 때에는 불사용으로 인한 상표등록취소를 당하지 아니하도록 되어 있었으므로(1997. 8. 22. 법률 제5355호로 개정되기 전의 구 상표법 제73조 제1항 제3호, 제4항), 상표권자로서는 등록상표와 유사한 상표를 연합상표로 등록받아 두고 이들 가운데 거래 실정상 필요에 따라 적합한 형태의 상표를 사용하기만 하면 불사용으로 인한 상표등록취소를 면할 수 있었다. 영문자와 그 한글 음역이 결합된 등록상표에서 어느 한 부분이 생략된 채 사용되는 경우에 관하여 등록상표와의 동일성을 부정한 최초 선례인 대법원 1987. 3. 24. 선고 86후100 판결은 연합상표제도의 취지를 고려하여 그와같은 엄격한 태도를 취하였음을 명시적으로 밝히고 있고, 위 판결의 태도를 이어 받은 대법원 1992. 12. 22. 선고 92후698 판결, 대법원 1992. 12. 22. 선고 92후711 판결, 대법원 2000. 4. 25. 선고 98후1877 판결, 대법원 2002. 9. 27. 선고 2001후2542 판결은 비록 이 점을 판결이유에서 명시하고 있지는 아니하나 모두 연합상표제도 아래에서의 상표법 규정 적용을 전제로 이루어진 선례이다. 한편 대법원 2004. 8. 20. 선고 2003후1437 판결, 대법원 2004. 8. 20. 선고 2003후1673 판결은 연합상표제도를 폐지한 1997. 8. 22. 법률 제5355호 개정 상표법 제73조 제1항 제3호, 제4항의 적용을 받는 사안에서도 위 종전 판례의 태도를 그대로 따르고 있다. 그러나 학계의 논의 상황을 살펴보면 종전 판례에 명시적 또는 묵시적으로 반대하는 취지의 주장만이 지속적으로 제기되어 있다. 또한“등록된 상표의 식별력을 변경시키지 않는 사용으로 인하여 상표의 등록이 무효(취소)가 되거나 상표의 보호를 감소시켜서는 안 된다.”는 취지의 공업소유권의 보호를 위한 파리협약 제5조C(2) 규정에 비추어 볼 때에도 종전 판례는 지나치게 엄격한 태도였다고 생각된다. 이 문제는 알파벳을 모국어의 문자로 사용하는 미국과 유럽 주요국에서는 거의 일어나기 어려워, 사실상 우리나라 외에는 일본과 중국의 경우만이 직접적으로 참조가 된다고 할 것인데, 이 가운데 우리와 법제가 거의 같은 일본에서는 상표 동일성을 인정하는 1995년 동경고등재판소 판결이 있은 후에 상표법 개정 시 명문으로 그 취지가 반영되었다. 이 문제에 관하여 최근 대법원 2013. 9. 26. 선고 2012후2463 전원합의체 판결(대상판결)은 종전 판례를 변경하여 유연한 판단기준으로 상표 사용 여부를 판단할 수 있도록 하였다. 불사용으로 인한 상표등록취소제도의 취지, 근본적인 판단기준, 관련된 파리협약의 규정 내용, 연합상표제도 폐지라는 사정변경, 상표권자 입장에서는 성실하게 등록상표를 사용한다는 의사로 한글 부분 또는 영문부분만을 사용하다가 뜻하지 않게 불사용취소의 불이익을 당하게 될 수 있었다는 현실적인 문제, 일반 수요자나 거래자에게 이미 형성된 종전 상표에 대한 신뢰를 보호할 필요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대상판결의 타당성을 확인할 수 있다. 한편 대상판결의 적용범위가 결합상표 일반으로 확대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서는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 |